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50~07:55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김두규 우석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 농경사회 사주이야기

역술인들에게 사주를 보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역술인마다 동일한 사주를 다르게 풀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역술인마다 실력에 차이가 있어서일까요? 네! 부분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사주이론이 하나가 아니고, 시대와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해석방법이 달라지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한반도에서는 삼국시대가 당나라 문물을 받아들였는데, 그 때 당나라의 사주인 ‘당사주’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지금도 ‘당사주’ 흔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당나라가 망하고 송나라가 등장합니다. 10세기에서 13세기 약 300년에 걸친 시기입니다. 송나라는 국교가 유교, 농경사회가 기본 경제체제였습니다. 특히 송나라의 위대한 유학자 주자(朱子)가 성리학을 발전시킵니다. 성리학은 인간의 본성이 하늘의 이치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였습니다. 새로운 사상이 아니라 초기 유교가 강조했던 천인합일설(天人合一說)을 바탕으로 합니다. 천인합일설은 하늘과 인간이 하나라는 주장으로 인간의 운명이 하늘에 좌우된다는 주장입니다.

사주이론을 흔히 음양오행설이라고도 합니다. 음양오행이 무엇일까요? 태양과 태음, 즉 해와 달을 음양(陰陽)이라고 합니다. 해와 달을 한자로 ‘日月’로 표현하는데, 그 日과 月이 음양입니다. 오행은 무슨 뜻일까요? 지구를 포함하여 그 좌우에 있는 목성, 화성, 금성, 수성 등 다섯 개 별을 오행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이러한 음양오행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주이론이 송나라 때 만들어진 이론의 특징입니다.

그런데 송나라는 농경사회가 중심이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해와 달뿐만 아니라 다섯 개 별의 기운, 즉 음양오행의 필수입니다. 목성의 기운인 나무, 예컨대 종자 씨앗도 필요하고, 금성의 기운인 쇠로 만든 농기구도 필요하고, 수성의 기운인 물도 필요합니다. 이 중에 하나라도 부족하면 농사를 잘 지을 수 없습니다.

흔히 역술인에게 점을 치다보면 ‘당신은 물가에 가서 살아야 한다’, ‘동쪽보다는 서쪽으로 이사가는 것이 더 좋다’. ‘장사를 해도 물장사보다는 불장사가 낫다’. ‘땅을 사더라도 논이 아닌 밭이 더 좋다’ 등등의 말을 듣습니다. 왜 그렇게 말할까요? 예컨대, 어떤 사람에게 물[水] 기운이 없다고 합시다. 水는 물, 하늘에서는 수성(水星)을 뜻하지만, 땅에서는 물을 뜻하고, 또 북쪽, 짠맛, 검정색을 뜻합니다. 또 신체상으로는 신, 방광을 뜻합니다. 어떤 사람의 사주에 물, 즉 수(水)가 없다면 어떤 조언을 해야 할까요? ‘강변 아파트나 주택에 살아라. 같은 도시 안이라도 방위상 북쪽에 가서 살아라, 등등으로 이야기합니다.

지금부터 1천년 전인 송나라 때 만들어진 사주이론인데, 전통적으로 농업을 위주로 하였던 한반도에서는 최근까지도 농경사회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사주이론이 통용되어 왔던 것입니다. 사주 이론이 그것뿐일까요? 다음에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